2021년 삼성화재배는 박정환 9단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. 박정환은 어린 나이에 내 세대라고 할 수 있는 바둑 기사들(이세돌을 비롯한 80년대 초중반 기사들)을 밀어내고 랭킹 1위를 차지한 기사였기 때문에 나도 같이 그한테 밀려난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던 기사이다. 게다가 우리 세대를 밀어낸 그 후배가, 사실은 그렇게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마음이 가지 않았었다. 그런데 그 기사가 나이가 들면서도 항상 성실하고 예의 바른 모습을 잃지 않고 훈훈한 외모를 가진 젊은이로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 점점 호감을 갖게 됐고, 결정적으로 그 자신도 또 다른 후배한테 점점 밀려나는 모습에 옛날에 느꼈던 안쓰러움까지 더해지면서 이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사가 되었다. 그런 박정..